허미자 작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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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 15-04-24 18:58본문
허미자의 그림들은 우리 전통에서 나온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다. 오래전 그의 그림들은 마치 고대 벽화에서나 봄직한 균열이나 무거운 기분의 색채가 드리워져 있었다. 때로는 색면회화나 표현적 양식을 차용한 듯도 보이지만, 그것보다는 회화적 탐색에서 나온 ‘흘리기와 칠하기’의 실험으로 보인다. 또한 1970년대 선배세대들의 세례를 받은 듯도 하지만, 연이어지는 변화의 양상들은 그의 작업이 그것과는 사뭇 다름을 알게 한다. 회화적 표현이라는 말이 무의미해 보이는 요즈음에, 그의 작품들이 두드러지게 필자의 눈에 뛴 것도 이것과 무관하지가 않다. 짧다고 할 수 없는 작가의 화력(畵歷)은 그만큼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형성해 온 것이다. 허미자의 화면을 가로지르는 검은 먹의 필선은 완연히 전통의 미감에서 나온 것이다. 그림은 마치 수묵화의 한 부분을 잘라서 사각 틀을 지은 것 같다. 배경이 백색이던, 균열이 잔상을 이루던, 나무 가지는 무심히도 화면을 가로 세로로 뻗어있다. 화면에서 여백이 중요시되는 전통그림(수묵사군자 같은)들은 그것으로 공간감을 표현해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이에 반해 그는 여백 없는 그림을 그린다. 입체감이 완전히 사라지고 그림자 같은 실루엣으로 화면은 꽉 차게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전통의 방법과 서구적 방법이 묘하게도 혼용되어 있다. 마치 작가의 작품들이 변하는 줄도 모르게 변해있듯이, 쉽게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그것은 자연스럽다. 오동 열매들에서 붓으로 닦은 듯 남은 흔적의 잔상은 오히려 공간을 느끼게 하는 표현이다. 이것은 정적에 휩싸일 뻔 했던 화면에서 소리(Sound)를 느끼게 하고, 소리가 울리는 공간을 보이게 한다. 이와 다른 그림들에서는 배경의 작은 균열이 평면의 감각을 사라지게 한다. 이 두 종류의 그림들을 비교해보면 가장 전통적인 기법에서 새로운 표현을 얻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하나하나의 그림들에서 적지 않은 노고의 실험들을 해내고 있다. 회화의 분위기라는 기운은 이렇게 전통을 원천에 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들에서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아마 작가는 이즈음에 그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전승보
[출처] 하늘정원...무한을 향한 그림자|작성자 lo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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