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따스함을 만나다 > 로고스갤러리

본문 바로가기

로고스갤러리

초록빛 따스함을 만나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 15-07-25 20:32

본문

 

 

 

 

 

초록빛 따스함을 만나다

 

오랜 시간과 정성을 다해 이삭 하나를 일궈내는 농부처럼 작품 속에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초록빛 희망을 자라게 하는 설치미술가 김도명. 작고 평범한 것에 의미를 부여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만나본다. -예술을 만나다, 글. 김수은-

 

 

초록빛 생명을 전하다

그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에 들어서면 생명을 머금은 초록빛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크고 작은 항아리들과 책속에 피어난 여린 풀꽃들, 정겨운 장독대와 화병은 옛날 시골집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특별한 전시장치 없이 바닥에 놓여있는 그의 작품들은 전시되어 있다기보다 하나의 공간에 놓인 자연과도 같다.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경험과 자연에 대한 애정은 그의 작품세계를 형성해주었다. 작가의 작품은 자연을 닮아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미술을 늦게 시작한 늦깎이 작가이다.

“군대 가기 전 제 길을 찾는다고 몇 년 동안 방황을 했어요. 경제적으로는 힘들지 모르지만 원하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대에 들어간 것이 30세 때였죠. 집안의 반대는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국민대학교 미술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 미술학과(회화전공)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00년 동아미술제에서 특선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데뷔 후 조각, 판화, 사진, 설치미술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초록빛 숨을 쉬다>, <자연으로 말걸다> 등 6회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2010 금강자연비엔날레>, <인간과 환경의 교집합 한일 교류전>, <중국 송장 국제 예술 페스티벌, 도심+자연+인간 속 예술展> 등의 70여 회의 단체전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올해 데뷔 12년을 맞는 그가 이처럼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자 하는 작가정신과 열정 때문이다.

 

창조는 노동에서 오는 것

골판지를 적층하여 만든 <항아리> 연작을 보면 나이테 같은 일정한 결이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그의 작품들은 외형과는 달리 제작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다. 종이 두께를 계산해 손으로 일일이 잘라낸 노고가 골판지 층 사이사이에 스며들어있다. 그가 작업하는 방식은 켜켜이 종이를 쌓은 후 음각과 양각의 방법으로 항아리의 형태를 드러내거나 새롭게 배치해 보여주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기에 생명을 심는 것. “작품의 형태가 갖춰지면 물이 새지 않도록 코팅을 한 후에 흙을 넣고 씨앗을 뿌려요. 씨앗으로 드로잉을 하는 거죠. 오랫동안 물을 주면서 작품과 교감을 하고 소통을 해야 그 모양 그대로 초록색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렇게 자라나는 식물들은 그의 작품 속에서 서식하다가 실제 공간으로 나와 자리를 잡는다. 연미산 자연미술공원과 대안공간소나무에 영구 설치 되어있는 그의 작품들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비와 비람, 공기에 산회되어 머지 않아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러리나 자연공간에 설치된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그가 만든 친숙한 자연의 한 장면을 보고 세월과 함께 스러져가는 생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이렇게 씨앗이라는 생명의 상징을 통해 자연의 현재와 과거, 미래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여 직접물을 주며 키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작품을 팔지 않고 자연에 돌려보내는 그의 고집은 생태작가로서의 남다른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작품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작품활동비를 벌기 위해 그는 낮에는 모교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작품 활동을 하는 고단한 생활을 해야 한다. 한 달 동안 해도 모자란 작업을 어렵사리 휴가를 내어 5일 만에 하고 다시 출근을 하는 바쁘고 힘든 일정이 반복될수록 그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욕망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건강한 기운은 이러한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초록빛의 진정성과 자연의 포근한 온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 그것을 알기에 그는 매일 식물의 숨소리가 들리는 작업실에서 고단함을 잊은 채 사람들에게 전해줄 초록빛 꿈을 꾸고있다.

 

평범한 것을 숭고한 자연으로

항아리, 신문, 책, 장독대, 화병 등 평범한 재료로 만들어지는 그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을 몇 번씩 뒤돌아보게 한다. 친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느끼게 하고 여린 것들 속에서 숭고하고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이 전시된 곳에서는 종종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진다. “몇 년 전 풀숲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표현한 <초어草漁>라는 작품을 전시했을 때였어요. 5세쯤 되는 사내아이가 물고기를 잡겠다고 작품 안에 뛰어들다 다 망가진 적이 있어요. 갤러리 관계자들과 아이 부모님이 많이 놀랐지만 저는 너무 행복했어요.” 그 일이 일어난 후 그는 작품을 만들며 아이가 순수하게 느낀 뭔가를 끊임없이 찾아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의 작품이 전시된 갤러리에서 사람들은 개미 떼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세계 안에서는 이처럼 어떤 경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 그 자체인 작품이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작가나 보는 이들도 그것에 의지하며 사는 평범한 자연의 개체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일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는 없어요. 보도블록에 난 풀처럼 평범한 대상일 뿐이죠. 인간만이 정신적으로 우월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평범한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작은 깨달음과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는 앞으로 더 본질적인 자연을 표현하는 작품 활동을 할 계획이다. 현재 중국에서 열릴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자연과 함께 더불어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연과 환경이라는 모든 이의 희망을 농부가 하나의 낟알을 키워내듯 정성을 다해 일구는 그는 씨앗 속에 생명이 있다는 믿음을 키워내는 진정한 예술가이다. 마음밭에 기쁨, 사랑, 즐거움이라는 씨앗을 심고 물을 주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는 그의 작품이 오늘도 자연과 함께 하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이 되고 있다. ( 글. 김수은)

 

 


김도명의 작업은 수작업으로 수조를 만들고 그 위에 영상을 통해 인생사의 한 토막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손작업은 골판지를 점점 크게, 점점 작게 자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포장재로서의 기본 쓰임에서 변용되어 하나의 그릇으로 바뀐 공간 안에 물을 담고 개구리밥이라고 불리는 작은 수초들과 풀잎들을 담는다.

 

종이와 물의 만남은 부적절한 만남이다. 비록 방수 처리가 돼 있다고는 하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뭇 염려스러운 긴장감을 갖게 한다. 이 긴장감은 물과 수초 위를 헤엄치는 두 마리 물고기의 어긋난 인연이 마침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상의 흐름 내내 함께 한다.

 

그의 작업은 원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 자연현상을 재현해내는 영상 작업과 손을 이용한 인간의 기본 조형 방식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종이는 처음에는 탄탄한 구조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형태도 색도 변한다. 나는 작가 김도명이 꽤 오랫동안 종이 작업을 지속하는 이유가 종이가 갖는 이 불완전한 재료적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종이 작품의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 요소인가?

 

이번 비엔날레 작업에서 김도명이 보여주고 있는 물고기 영상 작업은 그가 구성한 두 마리 물고기의 이야기와 아울러 시간성을 전제로 한 영상 매체, 그리고 느리지만 인간의 관찰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종이의 수명과의 조합이 주는 그 구조적 관계성으로 인하여 더욱 흥미롭다.  (글, 전원길)

 

 


 

 

생명을 품은 예술, 공간과의 호흡작가_ 김 도 명Ⅰ.탈 근대적 사회 흐름은 인간 중심적인 근대 산업화 이후 필연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그 과정에서 초래된 과오를 청산하고, 상실된 인간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는 움직임들이 다방면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문명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뉴스와 신문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명문대 박사학위 소지 부부의 시골생활 이야기는 자신들의 무기인 지식팔기를 거부하고 자연과의 관계회복을 꿈꾸며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도심 한복판의 서점에는 최근 들어 부쩍 도가사상과 관련한 책들이 앞다투어 진열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서점은 온갖 지식이 문명의 최초상징인 문자언어의 형태로 집결되는 곳이 아니던가? 문자문명이 집결된 공간에서 오히려 문명현실로부터의 도피적 성격을 지닌 도가사상이 유독 관심 받고 있음은 아이러니컬하면서도 되새겨 볼만한 대목이다.결국 오늘날 탈근대사회는 이전의 근대 사회가 남겨 놓은 잔재를 청산해야 할 의무를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안적으로 등장한 포스트모던의 화두로 ‘자연’과 ‘소통’ 등이 자주 거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소통을 향한 절실한 목소리들을 통해 그동안 인간과 인간 사이는 물론이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도 소통이 결핍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작가 김도명은 바로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화두를 간접적으로 담고 있다.이 글에서는 본 전시<오감 + α>에서 + α로 분류될 수 있는 ‘생명을 품은 공간예술’에 해당되는 그의 작업을 현대미술의 다양한 담론과 관련지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Ⅱ.그의 작품은 문명과 자연의 만남이다. 의학전문서적, 신문, 영어사전등 문자언어로 지식을 담는 틀은 그의 작품 속에서 생명을 담고 키워내는 작은 틀로 그 의미와 역할이 바뀐다. 김도명이 다루고 있는 매체들-책, 신문 등에는 근대 이후 인간이 치열하게 쌓아온 지식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말은 글로 쓰여지는 순간 진실성에 대한 신뢰도가 부여되는 듯하다. 우리는 책에, 혹은 신문에 적힌 글을 의심의 여지없이 진실,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롱랑바르트는 일찍이 언어는 폭력이라고 말한바 있다. 일단 글로 담아지는 순간 그것들은 맹목적 신뢰와 함께 권력을 얻게 된다. 때로는 책은 이성과 지식의 횡포이며, 신문은 미디어의 횡포다. 이성과 지식이 빽빽이 찬 건조한 사물의 틈바구니에 김도명은 화분형태를 제도하고 흙을 깔고 씨앗을 심어 푸른 생명을 키워낸다. 그러나 인간 이성의 틀 안에 피어 오른 푸른 생명을 도시생활 속에 잊혀져가는 자연에 대한 갈망, 소멸 되가는 자연의 애처로운 목소리로만 보기에는 어딘가 아쉽다. 오히려 그의 작품에서는 여유가 느껴진다.생명을 돌보는 성실한 손생명을 다루는 작업은 아무리 정밀히 계산해도 변수를 품고 있는 탓에 예정된 결과를 보장 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김도명은 전시 일정이 잡히면 그날로부터 싹트는 날짜를 계산하여 씨앗을 심고 이틀에 한번 물을 주며 푸른 생명의 탄생을 기다린다. 씨앗은 그 자체가 희망이다.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애정이 필요하다. 작가는 바쁜 일상의 틈을 쪼개,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며, 밤에는 책, 신문등과 씨름하여 화분의 틀을 만들어낸다.김도명의 작업과정은 노동의 반복이다. 물을 주는 행위, 면도칼로 책, 신문을 하나하나 긋는 행위…… 창조는 노동에서 온다고 믿으며, 반복되는 행위 안에서는 사유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성실하며 자기 성찰적인 그의 성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신문, 혹은 책을 제도하고 면도칼로 긋는 행위는 인간 문명 스스로를 해체시키고 자연을 담아내려는 문명 이기주의에 대한 깊은 반성으로 느껴진다.Ⅲ.예술은 상상과 희망을 실재화하는 작업이다. 예술에 있어서 작가의 노력은 표현 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려는 의지로 보여지면서, 그것은 최소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의 존재를 우리에게 계속 인식시키는데 의의를 갖는다. 풀밭에서 헤엄치며 노니는 물고기는 얼핏 자연과 자연의 만남처럼 보인다.(그림) 그러나 실은 자연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다. 테크놀로지는 자연친화적 형태로 자연에게 다가간다. 이것은 오늘날 인간이 꿈꾸는 환경친화적 문명의 유토피아인지도 모른다.근대 이후 자연을 정복하려던 인간의 야망은 탈근대로 들어서면서 환경친화적 발전으로 방향을 바꾼다. 작가 김도명의 작업은 이러한 탈 근대사회의 반성적 사유를 담고 있다. 그의 작업은 김도명 개인을 닮았으나, 스스로를 반성하며 해체시키고 자연을 담아가는 그의 작업과정은 오늘날 환경생태학을 필두로 이뤄지고 있는 문명과 자연의 관계를 닮았다.깍듯한 예의를 갖추는 김도명 작가는 분명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은 존재였다. 그러나 그와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작가 내면에 스며있던 성실함과 인간미, 그리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휘몰아치듯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허위의식과 의미 없는 기표들이 부동하는 시대다. 과거에 비해 시간의 속도조차 더욱 빨라진 것만 같다. 그런 와중에 매 순간 진심을 다하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김도명 작가는 그러했다. 일반적인 전업 작가들과 달리 사회 현실에 몸담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무위자연의 여유를 잃지 않은, 그리하여 자신의 희망을 농부 같은 성실한 손으로 키워내는 작가이다.그의 작업은 딱딱한 문자언어 틈새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며, 호흡하는 푸른 생명은 공간(전시장)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조용히…… 외유내강의 모습을 보여주던 작가처럼 말이다.(글. 이가림(예술학))

 

 

 

 

오뉴월, 초여름의 경계에서 내리는 여름비는 새초롬한 봄비보다 훠얼 수줍음이 많다. 다소 여리고 차분한 모습으로 내려와, 대지에 기꺼이 무릎을 맞대고 입맞춤을 한다. 그녀의 입맞춤을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일까.....!!어느덧 나무와 풀들은 그녀를 맞이하며 초록의 입김을 내뿜어 싱그러운 공간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는 듯 허다. 그 비밀스러운 공간에 조심스레 한 발자국 내딛고 들어와 명상의 시간을 가지고 스스로를 정화시키다보면....... 문득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가 한명 있다.그가 바로 작가 김도명이다.수줍고 차분한 ‘여름비’같은 느낌을 주는 그를 처음 만났던 곳은 그의 세 번째 개인전이 열리는 전시장에서였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만연한 가운데 열렸던 그 전시는 마치 도심 속 작은 정원을 연상케 했는데, 그 작고 아담한 정원에서 내뿜는 초록의 아우라는 전시장은 물론 그 주변일대가지도 맑게 정화하는 하나의 산소공급기 역할을 해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또한 시공을 초월하며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자연에 대한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한 여지를 두고 있었다는 것은 비단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전시장을 방문하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깊은 감명을 주었으리라! 김도명의 작업관은 인간이라면 사유해야할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오랜 시간동안 ‘나는 누구인가?’라는 내적물음에 대한 해답을 쫒아 스스로의 존재론적 확인이라는 차원에서 작업을 진행을 하는데, 확실히 그의 작품을 보면 작업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유의 시간을 할애했는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기도 하다. 자신의 자아존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경외감을 가지고 접했던 대상으로 ‘생명’을 선택,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생명의 중요성을 작품구성요소 1순위로 꼽는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나와 네가 모두 생명체이고 공동운명체이기에 주체와 객체간의 ‘소통성’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생명체의 자연스러운 생성과 소멸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간성(과정성)’에 주목한다.그의 작업에서 가장 주된 오브제는 식물이다. 작업과정 역시 씨앗을 고르고, 그것을 심고, 정성스레 물주고 햇빛주어 길러내는 행위를 반복한다. 단지 작가적 의도에 따라 그 식물이 자라는 화분이 바뀔 뿐이다. 겹겹이 쌓여진 신문지, 혹은 의학서, 때론 사전 등을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노력으로 하나하나 재단을 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그 수공의 노력의 결실에 “와 ! 대단하다 !”라고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자면 작가의 숨은 의도는 자칫 감춰질 수 있다. 왜 신문일까? 책일까? 그 공통의 속성은 바로 문자, 즉 언어가 표상하는 어떤 기호체계를 담고 있는데, 여기서 작가는 문자가 가지는 이중적 한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약 문자로 어떤 것에 대해 규정지을 때, 그것은 진실, 거짓의 참 여부를 떠나 무조건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권력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러한 사회구조의 모순과 편협함 속에서 염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방법의 일환으로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작가 김도명은 자아에 대한 진지한 사유, 작업과정에서의 끊임없는 노력, 작품의 조형미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작가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글. 최정은(큐레이터)

 


 

생명의 속삭임 그 첫 싹을 틔우다!작가 김도명의 전시공간은 봄내음으로 가득하다. 아마도 이 전시를 위해 작가는 몇 개월 전부터 정성스레 흙을 고르고 그 속에 싹을 심고는 마치 처음으로 꽃씨를 심은 어린아이처럼 조바심과 기대감으로 설레었으리라. 도심의 한가운데 위치한 작가의 전시장을 찾아와 곳곳에 숨어있는 여린 싹을 보는 관람자들에게 또한 그것은 아스팔트도로의 빈 곳을 뚫고 솟아오른 초록 풀잎을 발견하는 기쁨이다. 그의 작품을 이루는 요소는 한결같이 ‘책(신문),흙, 씨앗’이 전부이다. 씨앗은 책 속에 담긴 흙 안에서 발아하고 뿌리를 내린다. 김도명의 작품에는 이렇게 ‘생명’이 존재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간 속에서 생명을 지니는 것은 식물만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단단해 보이는 책(신문)도 서서히 그 빛을 바랜다. 아마도 작가는 식물과 책이라는 두 존재를 설정해 두고 그 가운데에 흙이라는 매개항을 넣음으로써, 흙으로부터 성장하여 존재를 만들어가는 것(식물)과 이제 서서히 흙으로 돌아가 이 세상에서의 존재를 마감해 가는 것(책과 신문)의 상이한 속도감을 즐기는 것인지도 모른다.이러한 두 존재의 대비는 작가가 제시하고 있는 문자언어를 통해서도 이어진다. 작가는 문자를 강조함으로써 관람자에게 끊임없이 언어를 통한 의미전달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牙)아(我)>에서는 옥편의 중앙에 공간을 마련해 씨앗을 심었는데, 거기에서 작가는 芽와我, 그리고 제목에는 없지만 峨라는 한자에 붉은색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어 놓음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마찬가지로 소학사전을 펼쳐놓은 <book-왈(曰)>의 작업에서는 有와 無, 그리고 前과 後가 강조 되어 있다. 더 나아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문자를 지움으로써 특정 글자를 취하기도 한다.붉은 색으로 밑줄을 그음으로써, 혹은 문자를 지움으로써 특정글자를 취한 문자언어들을 통해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갤러리라는 공간으로 끌어들여 문자언어와 배치하는 작가의 작업은 중국 현대미술가 쉬빙(Xu Bing)의 작업을 떠올리게 한다. 쉬빙의 작업 <누에 시리즈>는 누에가 책, 신문, 노트북컴퓨터 위를 기어 다니면서 면주실을 잣는 과정을 전시기간 내내 보여주었다. 쉬빙의 작품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누에가 잣는 그 명주실에 의해서 신문이나 책이 전하려는 문자나 정보는 계속해서 감추어져 관람객들은 더 이상 그것을 앍을 수 없게 된다.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은 빈 페이지에 누에가 알을 낳고 그 속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남긴 흔적들이 어떤 무늬를 새기면서 마치 정보가 가득한 한 페이지의 책처럼 거짓 정보를 만들기도 한다. 이 두 가지 작업은 쉬빙이 문자를 해독하려는 관람자의 시도를 좌절시키면서 문자와 자연의 경계를 탐색해나가는 기존 작업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반면, 김도명의 작업에는 작가가 문자정보에 기대는 믿음이 존재한다. 작가는 적극적으로 문자를 이용하고 이를 제시함으로써 문자정보가 가진 리얼리티의 힘을 믿는 것 같다. <Real>이라는 작품 속에서 관람자는 작가가 펼쳐놓은 사전 속에서 붉은색으로 밑줄 그어진 ‘real' 이라는 단어를 찾아 'a. 진실한, n. 실물 혹은 실체’ 라는 뜻풀이를 자연스럽게 따라 읽게 된다. 2004년 작품 <美 조정검토>에서는 아마도 미국과 한국과의 어떤 외교적 관계를 다룬 내용이었을 신문의 톱기사(한국일보 2004년 6월2일자)는 그 본래 의미를 상실하고, 작가에 의해서 ‘美 조정검토’라는 글자만이 남았다. 신문에서 ‘미국’을 뜻했던 한자어 ‘美’는 갤러리라는 공간 속에 자리잡은 이 작품에서 ‘아름다움(美)’을 뜻하도록 의미가 달라졌다. 즉 작가는 한편으로는 유/무, 전/후, 자연/인공이라는 이분법의 경게를 제시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美에 대해서 다시 조정하고 검토해 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수수께끼처럼 가볍게 그러나 동시에 진지하게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도자기 화분을 연상시키며 책의 한 가운데를 비우고 채워진 <화합>과 붉은 표지의 책들을 세워놓고 중간을 부분을 잘라내어 만든 식물의 형상 <book-붉은 서랍>은 마치 도심의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줄지어 늘여놓은 일련의 화분들처럼 인공적이다. 화분은 자연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화분은 전적으로 인간을 위해서 인간의 공간 속으로 들어온 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어떻게 구분되겠는가. 그것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연 속에 뿌리내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소멸하면서도 자연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는 인간의 비좁은 시각일지 모른다. 앞으로 김도명의 작품 속에서 단순히 갤러리의 한 구석을 장식하는 인공적인 자연이 아니라 자연과 그 속에서 깃들여 사는 인간들의 삶이 이루는 아름다운 공생을 보고 싶다.글. 유정아 (영 아티스트 필자공모 당선자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초록의 꿈을 꾸는 작가, 김도명을 만나다. 지난 4월 6일부터 19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김도명의 세 번째 개인전「봄날-초록의 꿈을 꾸다」가 열렸다. 우연히 그의 전시를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려서 전시장을 지키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마구 물어봤는데 마치 본인의 작품인 것처럼 너무 상세히 설명해 줄 때 눈치챘어야했던 건가? 전시장을 나가려는 나에게 그가 “저, 싸인 해 드릴까요?”하고 말할 때에서야 ‘아, 이 사람이 작가였구나.’ 하고 깨달았지만 원래 알았던 척 싸인을 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갔다. 사진기자와 함께 국민대학교로 그를 만나러 갔다. 후배들의 작업실 한 쪽에 그의 공간이 있었다. 이렇게 조용한 표정의 그에게 과연 오늘 많은 말을 끌어낼 수 있을까? 살짝 긴장됐다. 작업실 한 켠에는 전시장에서 봤던 그의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매력적이었던 그의 3번째 개인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환경적인 이야기도 담고 있고 현대 권력에 대한 비판과 반성도 하려고 했어요. 작품「초록을 꿈꾸다」는 남성 1명과 여성 4명의 그림으로 구성되었는데 여성들보다 남성을 더 크게 그려서 가부장적인 힘을 비판했어요. 페미니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할까요.예전에는 권력과 힘이 총과 칼에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가 담고 있는 것은 진실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책과 신문 등을 잘라 풀을 심었어요. 책 선정에도 기준이 있는 것 같았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작품 「붉은 서랍」에 쓰인 책은 의학 서적인데요. 어떤 사람이 칼을 들이대면서 ‘배 좀 갈라봅시다’라고 하면 기겁하겠지만 만약 의사가 수술을 하겠다고 칼을 들면 응하지 않겠습니까? 명확한 진실 규명 없이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는 것을 경계하는 작품이지요. 또 ‘서랍’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서랍이 사람들에게 소중한 기억을 보관하는 곳인 것처럼 정보도 그것에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인 풀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작품을 보고 작업 과정이 궁금했다. 작업 과정을 물었다. 제본에 사용하는 작두를 사용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사용한 도구는 면도칼 하나 뿐!집중하면 자리를 안 뜨는 편이거든요. 저는 창조는 노동에서 온다고 믿어요. 반복적인 행위(예를 들면 면도칼로 책을 긋는) 안에서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그런 것이 작품이 작가에게 주는 행복이죠. 면도칼로 책을 자른 후에 풀을 길러도 물이 새지 않도록 에폭시라는 화학재료를 발라요. 그리고 흙을 넣고 씨앗을 뿌리는 거예요. 보통 채소를 많이 키우고 허브나 화초도 심어요. 가느다란 줄기들과 가냘픈 이파리들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전시를 본 당시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들어와서 마구 떠들며 뛰어다니던 것이 떠올랐다. 작품 둘레로 줄을 치지도 않은 탁 트인 전시 공간이라 작품 훼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물었다. 관람객들이 ‘이런 곳에서 풀이 자라는 구나!’하고 감동하죠. 제가 원하는 것은 전시를 보고 나간 사람들이 길 주변에 자란 풀을 보고도 전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감동하는 것이에요. 말로 하지 않아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생명의 경이로움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으니까요. 지난 전시 때에는 관람객들에게 씨앗을 나눠줬어요. 그런데 이번 전시에는 관람객들도 많았고 작품 훼손도 많아서 전시 막바지에는 줄로 막아뒀어요. 제가 갔을 때도 어린이들이 많이 왔던데요. 네, 어린이들이 풀을 만지고 작품 안에 들어가기도 하고. 부모들이 일차적으로 통제를 해야 하는 건데. 어린이들뿐만이 아니죠. 물론 작품을 순수하게 느껴주는 건 고맙지만 어디까지나 전시물이니까. 아무래도 아직 관람객들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죠. 아, 네. 제가 공연 스텝으로 일한 적도 있었는데 휴대폰을 절대 안 끄는 사람들이 있다니까요.그의 속상한 마음이 전해져왔다. 그러나 그가 작품 몇 개를 직접 보여주고 만져보도록 허락하자 나도 금세 흥분해 버렸다. 관람객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그렇지만 아무리 좋아도 역시 만지는 건 안 됩니다!요즘은 국민대학교 홍보팀에서 사진을 찍고 있어요. 안정적이긴 하지만 작업을 정말 하고 싶어요. 작업을 위해서 이 정도는 감수해야죠. 택시 운전을 한 적도 있는데요, 하하.저는 규정지어지고 싶지 않아요. 이를테면 풀 작가, 페미니즘 작가 같은 이름을 붙이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제 작업의 큰 맥은 타자를 통해 나를 찾는 것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비 예술가들에게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예비 예술가들이 아니라 지금도 예술가들이죠, 하하. 저도 ‘선배’라기 보다 학교가 아닌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누구나 원하는 길을 가다가 힘들 때가 있을거예요. 제가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미술을 하겠다고 했을 때 아버지와 싸운 일, 학원비 벌려고 배를 탔던 일. 하하, 그런 시절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가장 원했던 걸 하고 있잖아요.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거죠.그리고 무엇인가를 할 때 열심히 최선을 다 하되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네요.인터뷰가 끝나자 그는 기어코 우리를 학교 주변 식당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순두부찌개를 사 먹이고 말았다. 왠지 선뜻 따라 나서기가 좀 어려웠는데 말이다. 그가 사진 찍는 일을 한다는 말을 할 때부터 잔뜩 긴장해버린 사진기자와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에 역시 긴장한 나는 따뜻한 밥이 들어가고서야 경계를 푼 것이었는지? 오히려 김도명씨는 처음부터 따뜻하게 마음을 열었는데도. 글. 이남의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1건 2 페이지
게시물 검색

  • 게시물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예배안내

주일예배
  1부: 오전 9시
  2부: 오전 11시
  3부: 오후 2시
수요예배오전 10시 30분
새벽기도오전 5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