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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순례자, 길 위에서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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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작성일 19-06-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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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보 칼럼 - 담임목사님의 칼럼입니다. 꼭 읽어 보세요.

 

순례자, 길 위에서 걷기

 

봄이 지나가는 계절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향한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었던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펴고 동네 가까이에 있는 산책길이나 마을 숲을 거닐다보면 여기저기에서 돋아나고 있는 자연의 푸르름이 싱그럽다. 이양하 교수가 신록예찬에서 표현했듯이 시간을 내어 밖으로 향할 때 별과 바람과 하늘과 들풀과 화려하진 않아도 은은한 색을 자아내는 야생화들이 그의 기쁨의 노래를 가지고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녹음이 짙게 깔린 연푸른 숲길을 걸어본 경험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문장이 주는 의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피톤치드의 시원한 향과 벗하여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임은 걸어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행운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걷기만큼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좋은 운동도 없는 것 같다. 두 팔과 다리를 편하게 움직이며 한 걸음씩 걸어보라.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우리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기분도 좋아진다. 걸으면서 우리는 바쁜 일상의 삶에서 할 수 없었던 많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걱정과 근심도 산책이라는 걷기를 통해 그 짐이 가벼워지기도 하고, 도중에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기도 한다. 뒤죽박죽 헝클어져있는 온갖 걱정을 잠시 멈추고 마음의 무거운 짐을 비우니, 다시 마음에 평정심을 되찾게 되면서 몸도 가벼워지고 평안이 찾아온다. 이런 몇 가지만 보더라도 걷기는 육체의 건강을 넘어 영혼의 안식을 가져오는 꽤 괜찮은 운동인 것 같다. 걷기를 통해 우리가 약간의 육체의 이익과 함께 내 영혼 깊숙한 내면의 길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기쁨의 찬양을 올려 드리는 영혼의 이익도 얻을 수 있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한적하게 이어진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한걸음 한걸음이 기도의 길이 되고, 또 한걸음 한걸음이 찬양의 길이 된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기도와 찬양의 길을 걷다보면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근심 걱정이 어느 순간 사라지기도 한다. 인생의 험한 길 위에서 아무것도 의지할 데 없이 마이너스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줄 알았던 우리가, 주님이 항상 동행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보니 그 인생길이 결국은 플러스임이 감사하기도 한다. 성도는 길 위의 인생을 살아가는 순례자들이다. 그 길이란 우리가 벗하여 살아가는 이 땅이기도 하고, 우리가 힘겹게 살아가는 인생길이기도 하다. 때론 그 길이 너무 힘들어 쓰러지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성도인 우리는 하늘의 소망을 가지고 다시 일어나 인생의 항해를 시작하며, 진리와 생명의 길을 향해 오늘도 걸어간다.

 

내가 곧 길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길 되신 우리 예수님 역시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쉼 없는 길 위의 인생을 사셨다. 예수님은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어진 골짜기와 산지를 걸으셨고, 그 길에서 만난 이방인에게 영원한 생명을 전하셨다. 때로는 한적한 산길을 홀로 다니시며 기도도 하시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시고 팔복의 축복을 선물하셨다. 이 땅의 오신 당신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셨던 우리 주님도, 때론 지치고 피곤한 육신을 위해 갈릴리 한적한 들판 길을 걸으시며 쉼을 가지셨을 것이다. 갈릴리 주변에 피어난 노란 겨자꽃이랑 빨간 아네모네를 바라보며 빙긋이 웃으시며 마음의 여유도 가지셨을 것이다.

 

어제와 오늘도 세상은 빨리빨리를 요구한다. 5G시대가 열리면서 우리가 얻는 것도 많지만 그와 같은 속도로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걷기를 통해 오롯이 깨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깨어진 우리의 영성을 다시 회복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 위에서 끊임없이 말씀을 묵상하고 우리 안에 사시는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여정이 필요하다. 예수님과 함께 도심 숲길을 느리게 걸어보는 순례여정도 좋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시골이든지 도시든지 상관없다. 우리 주변을 찾아보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있다.

 

하루하루를 빠르게 점찍고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뒤를 한번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너무 빠르게 가지 않아도 된다. 이곳저곳으로 이어져 있는 산책길을 느리게 걷다보면 마음의 평안이 찾아올 것이다. 밖으로 나가 마을을 가로질러 유유히 흘러가는 개천길이나 산책길을 걸어보라. 운이 좋으면 신록의 푸르름 가운데 살짝 고개를 내민 야생화도 마주할 수도 있고, 수줍게 고개를 내민 다양한 신록의 풀들을 만날 수도 있다. 샛길로 통하는 숲길 입구에 흰 목마가렛이랑 노란색의 금계국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초록이 짙어가는 아름다운 산책길이 보이는가? 그곳에는 한 시인의 고백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들꽃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하나님이 빚어놓으신 창조의 세계는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럽다. 잠시라도 짬을 내어 걷기가 주는 행복을 향유해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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